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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직장인] 에세이

비상계단에 앉아 마신 캔커피 한 모금

by 작가: 생각의 조각들 202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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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하루는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보고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 많은 소음 속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히려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에서 마신 캔커피 한 모금이었다. 계단에 앉아 숨을 고르던 순간, 그 작은 공간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넓은 쉼터가 되었다.

비상계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동시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이었다. 불이 꺼져 있는 긴 복도를 지나 문을 열면, 차갑고 텅 빈 콘크리트 계단이 나타난다. 그곳은 회의실의 긴장도, 사무실의 소음도, 상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종종 그곳에서 캔커피 하나를 손에 쥐고 앉았다. 기계에서 막 뽑아낸 따뜻한 캔은 손바닥을 데워주었고, 금속 특유의 묵직한 냄새는 내 긴장된 어깨를 풀어주었다.

그 한 모금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한 맛은 하루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했다. 눈을 감으면 커피향이 계단의 차가운 공기와 섞이며 묘한 위로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만큼은 회사의 직급도, 보고서의 마감도, 끝없는 과제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오직 나와 캔커피, 그리고 계단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만이 존재했다.

때때로 그곳에서 다른 동료를 만나기도 했다. 말없이 옆에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순간만큼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상계단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나도 잠시 쉬고 싶다”는 고백이었으니까.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비상계단은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은 하루의 시간대를 그대로 드러냈다. 아침에는 희미한 햇살이 계단을 스쳐 지나갔고, 점심에는 눈부신 햇빛이 바닥을 환하게 비췄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붉은 노을빛이 계단 난간에 걸려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보며 마음속에 작은 다짐을 하곤 했다. ‘오늘도 잘 버텼다. 내일도 다시 해낼 수 있을 거야.’

돌아보면 비상계단에서 마신 캔커피 한 모금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하루를 끝까지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말하며 보내는 시간도 중요했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보상이 아니라, 계단에 앉아 마시는 캔커피 같은 작은 여유일지도 모른다고. 그 사소한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내일도 출근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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