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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직장인] 에세이

회식 후 골목길, 혼자 걷는 발걸음

by 작가: 생각의 조각들 202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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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늘 시끌벅적하게 끝난다. 웃음소리, 건배 소리, 그리고 잔잔한 불평과 농담이 뒤섞여 어수선한 공기를 만든다.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술잔 위로 흘러나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담아둔 서운함을 한순간에 토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소란이 끝나고, 사람들과 헤어진 뒤 홀로 걷는 골목길은 언제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술기운이 남아 있어 발걸음은 조금 느려지고, 가로등 불빛은 평소보다 더 노랗게 빛난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면, 순간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곧 다시 피곤함이 몸을 눌러온다. 그때의 골목길은 나만의 시간이자, 동시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무대였다.

회식 자리에서 웃으며 맞장구쳤던 대화들이 머릿속에서 되감기처럼 흘러간다. 상사의 농담에 억지로 웃었던 순간, 동료의 고민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순간, 내 이야기를 하려다 조심스레 삼켜버린 순간. 술이 들어가면 다 털어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늘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골목길에 들어서면 그 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마치 어두운 길이 내 속마음을 대신 들어주는 것 같았다.

가로등 아래 드리운 내 그림자는 조금 흔들렸다. 그 그림자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낮에는 회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지만, 밤이 되면 결국 홀로 걷는 이 그림자가 진짜 내 모습이 아닐까 하고. 회식에서 웃고 떠든 건 어쩌면 회사가 요구한 모습이었고, 지금 골목길에서 고요히 걷는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는 모습 같았다.

길가 편의점 앞에 멈춰 서서 캔커피 하나를 사 마신 적도 많았다. 술잔을 비우고 나온 뒤에 마시는 차가운 커피는 오히려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알코올의 열기와 카페인의 씁쓸함이 섞여 묘한 감정을 남겼다. 커피를 마시며 골목길을 바라보면, 낮에는 미처 보지 못한 작은 간판이나 벽의 낡은 페인트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낮과 밤의 거리가 이렇게 다르게 보인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가끔은 동료와 같은 길을 걷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되면 서로 헤어져야 했다. “여기서부터는 집 방향이 달라요.”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각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 이후의 골목길은 더욱 고요했다. 그 고요함은 외로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도감이기도 했다. 혼자라는 사실이 주는 공허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속마음을 꺼내어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그 길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결심을 했다. 내일은 조금 더 당당하게 말하자, 오늘 상사에게 들었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 동료의 고충을 그냥 흘려듣지 말고 한 번 더 도와주자. 그러나 집 문 앞에 도착하면 그 결심은 종종 사라지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안다. 그 결심들이 쌓여 조금씩 나를 바꾸어왔다는 것을.

돌아보면 회식 후 골목길은 단순한 귀가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사라는 무대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비로소 솔직해졌다. 그리고 그 솔직함이 내일 다시 회사에 나설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하고 싶다. “회식 후 골목길에서의 발걸음은 비록 혼자지만, 그 길은 내일을 향해 걷는 준비의 길이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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