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락을 함께 나눈 짧은 웃음
점심시간은 하루 중 가장 짧고도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기계 소리가 멈추고, 공장 안을 채우던 금속성의 진동이 사라지면 남는 건 갑자기 찾아온 고요함뿐이다. 그 고요 속에서 가장 먼저 들려오는 건 도시락통 뚜껑이 열리는 소리였다. 철제 뚜껑이 열릴 때마다 나는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 듯했다.
오늘도 나는 작은 도시락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김이 살짝 올라오며 반찬 냄새가 퍼졌다. 특별한 건 없었다. 계란말이, 멸치볶음, 김치. 하지만 그 안에는 매일 아침 일찍 준비해 준 손길이 담겨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배고픔 이상을 채워 주었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내 반찬을 보며 한마디 던졌다.
“어, 오늘도 계란말이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매일 있어. 없으면 허전하더라.”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피곤을 잊었다. 서로의 도시락을 슬쩍 바라보며, 반찬이 겹치지 않을 때는 하나씩 나눠 먹기도 했다. 나는 동료의 도시락에서 한 조각의 고등어를 받아 입에 넣었고, 그는 내 도시락에서 계란말이를 집어갔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 교환이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작은 의식 같은 것이었다.
도시락을 함께 나누는 순간,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음에도 묘하게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정형편, 나이, 사는 동네가 다 달라도 도시락을 열어 마주한 순간만큼은 동료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그것이 우리를 하루 더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시 기계 소리가 가득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도시락을 나누며 웃었던 짧은 순간은 오후의 피로를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 된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사소한 웃음 하나에 길게 버틸 수 있다. 그 웃음은 도시락과 함께 내 안에 오래 남아, 다음 날을 준비하는 작은 희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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