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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직장인] 에세이

계단 위에서 마주친 낯선 눈빛

by 작가: 생각의 조각들 2025.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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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에서 마주친 낯선 눈빛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내리는 길이었다. 늘 같은 풍경 같지만, 그날의 계단은 조금 달랐다. 점심시간을 갓 지나 모두가 사라진 복도 끝, 계단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의 시선이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낯설지만 또 어디선가 본 듯한 눈빛이었다.

계단은 늘 사람들의 뒷모습만 남기곤 한다. 서둘러 오르는 사람, 피곤에 지친 발걸음을 끌고 내려가는 사람. 하지만 멈춰 선 사람은 드물다. 그가 서 있던 위치는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곳이었다. 유리창 사이로 흘러들어 온 빛이 그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그림자와 빛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그의 눈빛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짧은 순간 망설였다. 인사를 건네야 할까,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야 할까. 회사 안에서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동료들은 종종 이 계단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작은 미소로만 지나간다. 그날의 눈빛은 그것과는 달랐다. 마치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머뭇거렸고, 동시에 내가 다가가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낯선 눈빛이라는 것은 종종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눈을 피하거나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눈빛이 궁금해진다. 내가 놓친 이야기가 그 안에 숨어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에게 다가가면서도 모른 척할 준비를 했다. 이 짧은 순간이 그냥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과, 그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뒤엉켰다.

“점심 드셨어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평범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계단 위에서는 다른 울림을 가진다. 그는 순간 놀란 듯 나를 보더니,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네, 그냥 편의점에서요.” 그 짧은 대답은 의외로 오래 머물렀다. 계단은 대화의 공간이 아니라 이동의 통로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나는 그와 오래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특별한 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계단 위에서 마주한 그의 눈빛이 내 하루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늘 반복되는 회사 생활 속에서, 그 작은 교차가 나를 흔들어 놓았다.

낯선 눈빛은 어쩌면 우리 안에 숨겨진 또 다른 거울일지도 모른다. 그를 바라보며 나는 나 자신을 본 듯했다. 지쳐 있었던 나,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나, 무언가 새로운 연결을 갈망했던 나. 그의 눈빛은 그 모든 감정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각자의 길을 걸어 내려갔다. 나는 다시 사무실로, 그는 다른 층으로 향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계단 위에 남은 공기는 오래도록 내 안에서 맴돌았다. 그날 이후로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나는 무심히 흘려보내던 얼굴들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었다. 혹시 또 다른 낯선 눈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일상 속의 작은 교차가 때로는 삶의 무게를 덜어준다. 거창한 대화도, 깊은 인연도 아니어도 된다. 단지 잠깐의 눈빛, 잠깐의 머뭇거림,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계단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오르내리게 하지만, 나에게 그 계단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다. 그곳은 낯선 눈빛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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